[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볼턴이 트럼프의 귀를 가져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의 최측근으로 부상하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출처 ABC방송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의 최측근으로 부상하고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출처 ABC방송 홈페이지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Who has Donald Trump’s ear?(누가 도널드 트럼프의 귀를 가지고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 기사 제목입니다. CNN도, ABC방송도, USA투데이도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문장 아닌가요. ‘누가 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보다니. 트럼프 대통령이 귀를 잃어버렸나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보니 귀는 잘 붙어있습니다.

‘Have someone’s ear’(귀를 가지고 있다)는 ‘상대방이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듣게 하다’는 뜻입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입니다. ‘He has my ear’라고 한다면 ‘나는 그가 하는 말에 관심이 많다’ ‘나는 그의 말을 주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표현에는 상하관계가 포함돼 있습니다. 듣는 사람은 윗사람이고, 말하는 사람은 부하입니다. 대통령은 누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까요. 자신의 측근입니다. 위 문장을 해석하면 “누가 트럼프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들을 만큼 가까운 사람이냐”는 뜻입니다.

‘측근’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그렇듯 ‘have someone‘s ear’도 그다지 바람직한 관계에서 쓰는 말은 아닙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썼습니다. ‘Choi was in fact the only person who could have President Park’s ear.’ ‘최순실은 사실 박 대통령이 귀 기울일 만한 유일한 측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가진 사람, 트럼프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칠 때 그린피를 부담하는 사람이다’라는 얘기가 한동안 나돌았습니다. 부자이지만 약간 자린고비 습성이 있는 트럼프는 돈을 내주는 사람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며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을까요. 농담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측근이 별로 없다는 의미입니다. 올곧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곁에는 측근을 키울 만한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불장군 성격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가차 없이 해고하니까 그의 곁에는 신뢰할 만한 부하가 없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유력 정치인들은 트럼프와 가까워지기를 꺼립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면 유권자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측근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 희소식이 있습니다. ‘슈퍼 매파’ 존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이들의 궁합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귀를 가지고 있다#have someone’s ear#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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