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언론은 도쿄대와 와세다대 등의 연구팀이 도쿄 남동쪽 약 1851km 떨어진 미나미토리(南鳥)섬 주변 해역에서 전 세계가 수백 년 사용할 수 있는 1600만 t 이상 규모의 희토류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도 희토류 매장지 발견으로 일본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실었다. 국내 언론도 ‘일본 희토류 대박’ 등 다양한 분석 기사를 발 빠르게 게시했다. ‘부럽다’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이었고 11일에는 희토류가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올랐다.
그러나 장밋빛 일색인 평가와는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발견된 희토류 매장량은 방대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해저 5000m에 묻혀 있는 자원을 대량으로 추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5∼10년이 지난 뒤 심해 희토류 추출이 가능해진다 해도 생산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경제성이 없다.
물론 일본이 첨단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무리해서라도 해저 희토류 추출을 시도할 수 있다. 허나 이를 노리고 중국을 비롯한 자원부국에서 희토류 생산량을 대폭 늘려 가격을 떨어뜨린다면 일본의 해저 희토류는 계륵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0년 3분기 이후 희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긴 전 세계 300여 개 광산 기업들이 희토류 개발에 우르르 뛰어들었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자 곧 가격이 떨어졌고, 3, 4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광산 기업들은 퇴출되거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전락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 희토류 생산국들은 환경 이슈만 아니라면 생산 확대도 가능하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희토류 매장량은 각각 2200만 t, 1800만 t으로 일본이 발견한 해저 희토류 매장량을 능가한다. 게다가 그린란드, 말라위, 남아공, 캐나다, 미국 등 아직 채굴하지 않은 육지의 희토류 매장지도 다수 존재하고 규모 또한 상당하다. 굳이 심해 희토류를 채취하기엔 아직 육지 곳곳에 남은 희토류 자원의 양이 많다.
현재는 해저의 희토류 채취보다 차라리 지상에 쌓여있는 폐가전, 폐자동차 등의 도시광산에서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도시광산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자원빈국 일본의 해저 희토류 발견은 결국 부러워할 만한 가치의 뉴스는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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