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에 관한 옛이야기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짚신 파는 아들을, 맑은 날은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행인이 맑은 날엔 짚신 장사가, 비 오는 날엔 우산 장사가 잘될 거란 생각을 하라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권유한 이야기다. 행인의 말처럼 이 가족은 365일 팔리는 제품 구색을 갖춘 모범 상인 집안이다. 이야기 속 어머니처럼 오늘날 기업들도 날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걱정만 하기보다는 날씨와 계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날씨에 가장 민감한 산업은 의류다. 의류업계는 흔히 “경기 30%, 날씨 70%로 날씨가 영업 상무”라고 말한다. 그만큼 날씨가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날씨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는 겨울옷이다. 영하 4∼5도까지는 모든 겨울옷 업체가 웃음 짓는다. 하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업체마다 미묘하게 표정이 달라진다. 두꺼운 스웨터는 영하 4도 무렵에 가장 많이 팔리는 반면 가죽·무스탕이나 오리털 파카는 영하 8∼10도의 강추위에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의류업계는 날씨, 특히 기온에 따라 상품을 기획한다. 선진국 업체들은 기획 단계부터 보편적으로 날씨를 활용한다. 최근에는 날씨 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치 ‘패션 온도계’처럼 반응하는 기업도 있다. 바로 ‘ZARA’, ‘H&M’, ‘에잇세컨즈’ 등 SPA(일명 패스트패션) 의류 브랜드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이들 브랜드는 계절에 맞춘 일반적 생산 기획에서 벗어나 월 단위, 빠르면 1∼2주 단위로 상품을 기획 생산한다. 주기가 짧은 만큼 날씨 정보는 이들 브랜드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다.
날씨 경영은 큰 기업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서울 명동에서 떡볶이를 파는 상인들도 날씨 정보를 활용한다. 떡볶이가 가장 잘 팔리는 온도를 영상 0∼1도라고 보는 상인들은 적당한 추위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떡, 고추장 등 음식 재료를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해 매출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문제는 날씨가 변화무쌍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전략 기상 제공 회사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날씨의 35%만이 올해 비슷하게 반복된다. 특히 최근에는 이상기후 현상의 빈도가 높아져 기업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기업은 예측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측은 무당처럼 날씨와 기후변화를 알아맞히는 게 아니라 판매와 관련된 많은 변수 중 실제 기온 변화에 따른 위험성을 최대한 정확히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3개월 뒤 평균 기온이 2도 떨어진다면 그에 따른 판매 감소 요소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결책이 생긴다. 또 대응책은 예측된 정보로 한 가지 해결책만 세우기보다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도 날씨를 100% 맞히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제품을 만들고 날씨가 마케팅 그 자체가 되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날씨 정보를 이용해 날씨 경영을 할 것이냐다. 날씨 경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후변화는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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