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뒤흔든 쿠바혁명이 발발한 지 60년이 되어 간다. 혁명의 주역인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혁명 후 세대인 미겔 디아스카넬(58)이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으로 선출되어 혁명 정신을 잇는다. 2013년부터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어 온 그는 신중한 성격에 국민과 소통을 잘하는 소탈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쿠바에 산적한 문제 때문에 신정부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바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고질적인 경제난 극복과 대미 관계 개선이다.
쿠바 경제는 2016년에 마이너스 0.9%, 2017년에 0.5%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난은 주요 교역국인 베네수엘라의 위기와 상당 부분 관련되어 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때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원조 받는 대신 전문 의료 인력을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였으나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쿠바가 경제난에 직면한 것이다. 원유 도입량이 급감했다. 2015년에는 1일 평균 11만 배럴이었는데, 현재는 4만 배럴 정도밖에 안 된다. 의료 인력의 외화벌이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다가오는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는 쿠바 경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쿠바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관계가 개선되어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5년에 쿠바 경제는 4% 성장을 이룰 정도로 붐을 이루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인의 쿠바 여행이 제한되고, 쿠바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과의 교역 역시 중단되었다. 쿠바에서 국영기업의 비중이 85%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압박 조치는 경제난을 가중시킨다.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는 제3국과의 교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 높은 금융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구에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차관 도입도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일정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20억∼5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견지해 온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외국인 투자는 생산 부문보다는 관광업 부문에 국한되어 있고, 액수는 연 10억∼20억 달러 정도다.
쿠바 신정부에서도 대미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과의 관계는 쿠바의 의지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쿠바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과 가족에 대한 ‘음파 공격’ 때문에 양국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꼬여 버렸다.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이 절실한 시점에 이 사건은 양국 주재 대사관의 업무를 거의 마비시켜 버렸다.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신정부의 적극적인 외교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또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의 강경 외교 라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대쿠바 강성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 역시 최근 개최된 미주정상회의에서 자국의 원칙을 양보해 가면서까지 미국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면서 미국의 대쿠바 정책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이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하는 대표단이 마치 전투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수들이라도 된다는 듯 노구를 이끌고 몸소 공항까지 나가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였다.
디아스카넬 정부는 과거처럼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개방과 개혁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이양했지만 2021년까지는 공산당 제1서기장으로서 행정부의 급진적인 개혁 정책을 통제·감독할 것이기 때문에 과감한 시장 개방이나 경제 개혁 조치 또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쿠바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당면한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저항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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