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을 처음 공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대학 서열화가 굳어진다’며 정보 공개를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한 결과다. 올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70%대 합격률을 기록했지만 지방대 로스쿨은 대부분 50%를 넘지 못했다.
로스쿨은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을 뽑아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폭넓은 교양을 갖춘 법률가로 양성해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됐다. 그 결과 수임료 인하와 공익활동 증대 등 긍정적인 기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87.15%였던 합격률이 올 들어 50% 아래로 떨어졌다. 많은 로스쿨이 입시학원처럼 운영되는 병폐를 겪고 ‘변시 낭인’까지 양산하고 있는 것은 심각하다.
변협은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하고 정원도 감축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규 변호사의 공급을 줄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제는 로스쿨 통폐합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변협과 함께 로스쿨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변협 산하에 로스쿨 평가위원회를 둔 것은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역할과 기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교육평가 등에 있어 변협이 미국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변협은 직역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로스쿨 교수와 재학생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까지 수렴해 정부와 함께 로스쿨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머잖아 인공지능(AI)이 법률시장에 뛰어드는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10∼20년 뒤까지 염두에 두고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