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재차 충남 예꽃재마을에 다녀왔다. 예꽃재마을은 에너지 자립 마을로 가가호호 태양광 패널 지붕으로 전기를 자급하는 마을로 유명하다. 처음 에너지 자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량은 많아야 월 10만 원 미만인데, 그 정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에너지 자립 마을까지 만들어야 할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직접 방문을 해본 결과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시골에 와서 살아보면 불편한 점 중 하나가 난방 문제다. 도시가스는 도시에만 있다. 그래서 도시에 살 때는 난방비를 걱정하기는 해도, 난방에너지를 어디서 공급받을지는 큰 고민이 아니다. 그러나 시골은 일단 어떤 보일러를 써야 할지부터 결정을 해야 한다. 화목보일러부터 등유보일러까지 다양한 보일러를 활용해 온수와 난방을 해결한다. 그러나 시골과 도시 모두 무언가를 태워서 난방을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꽃재마을에서는 전기난방을 한다. 일반적으로 전기보일러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전을 하고, 다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난방을 하는 비효율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 지붕에서 발생한 잉여 전기를 난방에 활용한다면 문제없다. 도시와는 다르게 구조물이 많지 않은 시골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 모델이다.
20일 강원 강릉은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이를 알리는 기사에는 마치 한여름이 빨리 찾아와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는 듯 바닷가에서 시원하게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이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댓글창에는 지구 온난화가 걱정스럽다는 글이 대부분으로 오히려 일반인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시에 살 때도 날씨가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는 징후를 느낄 수는 있었다. 미세먼지는 심해지고, 날씨는 조금씩 더 더워졌다. 도시에 살면서는 시골은 열대야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 처음 시골에 왔을 때는 한여름에도 밤이 되면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 지금은 시골도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지 않는 더위가 찾아와 꽃봉오리를 빨리 틔웠다가 갑작스레 서리가 내려서 과실나무의 꽃이 한꺼번에 냉해를 입기도 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의 눈에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농작물의 피해가 심각하다. 북극곰의 이미지 정도가 아니라 환경 문제가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었다.
시골에는 요즘 마을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마찰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마을에도 곳곳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붙고 있다. 농사를 지을 논이나 밭을 태양광 시설로 바꿔야 할 만큼 절박한 현실과, 경관을 해치고 농사지을 땅이 줄어드는 문제가 충돌하고 있다. 시골에 살며 지켜보면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 이외에도 동물들이 햇볕을 피하도록 한 넓은 우사 지붕과 잠시 해를 피하도록 만들어 놓은 농막이 많다. 태양광 시설을 무턱대고 짓거나 반대할 게 아니라 공짜로 쏟아지는 태양광을 활용하는 시설을 지역별로 다르게 설계해 보면 어떨까? 무료로 청정에너지를 활용하여 난방과 가정전기로 쓸 수 있고, 잉여 에너지 판매로 마을에 추가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면 지금처럼 태양광 발전 시설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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