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라는 한마디의 짧은 외침이 이렇게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지를 그 누가 알았을까?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론화시키는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진실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미투 운동을 ‘성범죄’에 국한되는 문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폭압적인 행위에 사회적 연대를 통해 대항하자는 취지로 해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국 미투 운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대중의 적극적인 공감과 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미투 운동에 대한 대중의 공감도(84.4%)와 지지도(80.9%)는 매우 높다.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69.2%)도 상당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의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개선하고(75.6%),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데(64.2%)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불합리한 부분을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70.2%)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어 간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투 운동을 악용해 개인적인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74.5%)는 지적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성범죄 폭로는 미투 운동의 진실성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에(85.4%), 익명성 아래에서 폭로전이 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72%)는 의견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투 운동을 남녀 ‘성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였던 만큼 미투 운동에 의해 고발되는 사건들은 주로 여성의 입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이 잠정적인 범죄자로 취급을 받는 부분이 있다는 시선(70.8%)도 존재했다. 그런 가운데 10명 중 3명은 미투 운동이 남녀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특히 20, 30대 남성(20대 남성 56%, 30대 남성 39.2%)에게서 이런 시각이 뚜렷한 모습이었다. 젊은 남성층은 미투 운동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으로, 군대와 취업 문제 등으로 여성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일부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투 운동은 그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들이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권위적인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대중의 공감대를 통해서는 사회적 연대에 대한 희망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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