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로 촉발된 공기에 대한 관심은 공기 질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넓어졌다.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경제 활동이 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0년 발표에서 “실내공기 질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20%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400억∼2500억 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구글의 21개 건물 실내공기 질을 관리하는 ‘애클리마’라는 회사는 회의실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회의를 중단토록 한다. 공기 질이 업무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조지프 앨런 교수는 2016년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 다양한 직종의 전문직업인 24명을 대상으로 공기 상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6일 동안 일하게 하면서 여러 실험을 했는데, 실내공기 질에 따라 피험자의 인지기능 점수가 160% 이상 차이가 난 결과를 얻었다. 지적 능력의 영역별 차이를 보면, 정보를 수집하고 적용하는 ‘정보 활용 능력’ 점수는 299%까지 차이가 났고, 계획하고 전략을 세우는 ‘기획 전략 능력’ 부문에서는 288%까지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공기 질이 좋은 환경에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두뇌 집단에서 공기 질 관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회사는 신사옥으로 이전할 때 직원들의 요구에 의해 실내공기 질 개선 작업을 했고, 최근 새로 조성된 서울 마곡지구의 연구단지에서는 회사들이 입주 이전에 공기 개선 작업을 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기업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외곽의 대규모 아웃렛에서는 매출액과 내방객의 체류 시간이 서로 비례관계를 보인다. 내방객이 오래 매장에 머물면서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돈을 쓰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쇼핑객의 피로감을 최소화해야 한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1500ppm을 넘으면 고객은 피로해지기 시작하고 체류시간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1000ppm 이하로 낮추고 산소 농도를 21%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미세먼지 농도도 35μg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힘들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기 경영’을 도입했다.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장비를 매장 곳곳에 설치하고 공기 상태에 따라 환기 설비를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기에 따른 막대한 양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한 번 교체에 수억 원의 큰 비용이 드는 공기 필터의 교체 주기를 3배로 연장할 수 있었다.
쾌적한 공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사원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기 경영’이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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