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54〉맛있다, 멋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일 03시 00분


정말 맛있다. 정말 멋있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밑줄 친 부분을 발음해 보자. [마싣따], [머싣따]다.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발음한다. 이상하질 않은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려면 짝을 이루는 것들과 비교하는 것이 좋다. 아래 문장의 밑줄 친 부분의 발음과 비교해 보자.

정말 맛없다. 정말 멋없다.

이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맛없다’와 ‘멋없다’는 [마덥따], [머덥따]로 소리 난다. 차이가 보이는가? ‘맛있다’와 ‘멋있다’의 발음에는 ‘ㅅ’ 소리가 나지만 ‘맛없다’와 ‘멋없다’에는 ‘ㅅ’이 소리 나질 않는다. 어찌 된 일일까? 그 답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짚을 것이 있다. 어떤 소리가 더 일반적일까? 어떤 발음이 우리말 소리의 원칙을 따르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이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졌다. 첫째는 ‘단어’와 ‘단어’의 관계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 번째 단어가 모음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있다’와 ‘없다’ 모두 모음 앞이 빈 단어들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떤 원리로 발음할까? 비슷한 환경의 다른 단어들로 실험해 보자.

① 윗옷[위돋], 옷 안[오단]

‘옷’이나 ‘안’은 모두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다. 우리는 이런 경우 앞말의 받침인 ‘ㅅ’을 뒷말의 모음 앞 빈자리로 이어서 발음하질 않는다. ‘윗옷’이나 ‘옷 안’을 [위i]이나 [오산]으로 발음한다고 해보자. 의미를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윗’이나 ‘옷’이 단독으로 발음될 때의 소리, 즉 [j], [l]의 받침 ‘ㄷ’이 되어야만 뒤로 옮겨 발음할 수 있다. [위돋]이나 [오단]으로 소리가 나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원래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발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맛없다’, ‘멋없다’의 발음 원리를 아는 동시에 [마덥따], [머덥따]라는 소리가 더 일반적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다. 단독으로 소리 날 때의 ‘ㄷ’이 다음 음절의 첫 소리로 이동하였다는 것을. 이 원리는 ‘옷 안’처럼 띄어 적는 단어일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두 가지 질문이 나와야 한다. 첫째 ‘맛있다, 멋있다’는 ‘맛없다’의 원리로 발음할 수는 없을까? 있다. ‘맛있다, 멋있다’는 [마딛따, 머딛따]로도 소리 낼 수 있다. 이 두 단어만이 우리말의 일반 발음 원리를 어긴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면 왜 ‘맛있다, 멋있다’만이 뒷말에 ‘ㅅ’ 소리가 날 수 있는 것일까? 대학 시절 노교수님의 현답을 그대로 전해 본다. 당시의 감동도 함께 전해지길 바라면서.

‘하나는 ‘맛이 있다’, ‘멋이 있다’의 준말이고,
다른 건 ‘맛있다, 멋있다’의 발음이다.
하나의 결과에 원인이 하나일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옷이[오시], 못이[모시]’의 발음을 보자. 의미 없는 말이 붙었을 때는 받침이 그대로 이어져 소리 나는 우리말의 또 다른 원리다. ‘맛있다’, ‘멋있다’가 두 가지의 소리를 가진 것은 앞서 본 일반 원리 ①이 적용된 것과, 흔히 쓰이다가 줄어서 굳어진 발음이 병존하기 때문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맛있다#멋있다#맞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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