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감리 결과를 1일 발표하고 이에 반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2일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를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보유 주식을 취득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계산한 것은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요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검토를 거친 결정이어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초 당시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 사안에 대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00억 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이듬해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었다. 만약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까지 초래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중요 사안을 1년 2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결론을 바꾼 것이다. 금감원 발표 후 어제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정권이 바뀌자 정책 판단을 뒤집은 경제·금융당국은 금감원뿐 아니다.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두고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며 지분 매각이 필요 없다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공개적으로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SDI가 보유한 옛 삼성물산 주식이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지난 정부와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오락가락하는 경제 정책 판단에 우선 타격을 입는 것은 기업이지만, 기업의 성장에 기대는 국가 경제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워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준다. 당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획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 상장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놓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재벌개혁 ‘코드’에 맞춰 회계 기준까지 뒤흔들어 징계한다면 앞으로는 차라리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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