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녀의 전화 한 통만으로도 행복한 어버이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8일 00시 00분


어버이날이다. 집집마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전화로라도 안부를 전할 것이다. 자식 입장에선 연례행사 같아 꽃 한 송이, 전화 한 통에 무슨 감동을 받을까 싶겠지만 부모 마음은 그런 게 아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가슴에 붙인 카네이션 자랑을 하거나, 보고 싶던 자식의 목소리라도 한번 듣는 건 큰 기쁨이고 낙(樂)이다.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5월이 부담스럽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한 해가 다르게 주름살이 늘어가는 부모님 심정을 헤아려 봤으면 한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내놓은 ‘2016 노인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학대신고 1만2000여 건 중 4280건이 사법기관에서 노인학대로 판정받았다. 2015년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가해자 절반이 자녀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사위나 손자 손녀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7명이 가족이다. 정서적 학대가 10건 중 4건, 신체적 학대는 3건으로 나타났다. 모진 말 한마디도 나이든 부모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가 되는 것이다. 치매인 줄 모르고 학대했다가 결국 치매로 진단받은 경우도 26%나 됐다.

경기불황과 청년실업 시대를 헤쳐 나가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내 부모도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구실로 치열한 경쟁 속에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다. 이런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해서 단숨에 화목한 가정으로 바뀔 리도 없다. 맞벌이 주부들은 오히려 공휴일 지정을 반대한다는 여론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지켜야 할 가치는 있다. 세상이 무너져도, 모두가 돌아서도, 세상 끝까지 달려와 내 편이 되어준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다. 아직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면, 축복이다. “식사하셨어요?” 한마디라도 좋다. 그 소리를 듣는다면 오늘 부모님은 하루 종일 행복하고, 또 든든할 것이다. 자식 목소리 듣는 것을 그토록 좋아했던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후회하지 않도록.
#어버이날#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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