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세계 루푸스의 날’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인 루푸스는 160여 년 전 프랑스의 한 의사가 얼굴의 발진 모양이 마치 늑대에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고 해 늑대(wolf)를 의미하는 라틴어 루푸스(lupus)라고 부른 것이 유래다.
루푸스는 피부뿐 아니라 관절, 신장, 폐 등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빠른 시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자가면역질환이다. 20, 30대의 가임기 여성이 대부분이라 발병 후 직장, 학업, 임신과 출산 등 평범한 일상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82명의 전신 홍반 루푸스 환자 중 36%가 진단 후 10년 이내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루푸스 환자들을 좌절케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항말라리아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 루푸스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표준요법들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들은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연구개발 투자가 잘 안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루푸스에 대한 질환 인지도 개선과 더불어 정부 및 기업 등 각계의 연구개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개발된 약물의 경우 몇 년 전 국내에도 사용이 허가되었지만 건강보험급여 적용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루푸스 환자들이 꿈꾸는 밝은 미래는 특별한 것이 아닌, 단지 평범한 일상이다. 부작용이 적고 높은 치료 효과로 환자들이 바라는 일상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여 진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건당국, 의료계 및 산업계의 시급한 역할이라고 본다.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을 이겨내고 맞은 올해 봄처럼, 루푸스 환자들도 따뜻한 일상을 가질 수 있도록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더욱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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