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다시 시작됐다.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사건 특검의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특검 도입의 불가피성을 밝힌 의원들의 휴대전화에는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밤낮 없이 밀려드는 문자폭탄 때문에 휴대전화를 켜둘 수가 없었다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온갖 조건을 붙인 특검 수용안을 내면서도 “지지자들의 반대 여론을 고려하면 제 정치생명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정치적 의사 전달이 아닌 정치테러 수준이다.
문자폭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국민의 새로운 의사표현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문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당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해코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드루킹이 음지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해 정국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들은 백주 대낮에 정치인들을 겁박해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 의사 결정을 왜곡시킨다.
이렇게 된 데는 현 여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문자폭탄과 댓글의 덕을 톡톡히 본 민주당 의원들은 문자폭탄 세력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쉬쉬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문자폭탄의 어감이 부정적이라며 ‘문자행동’이라고 바꿔 부르자는 제안까지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자유가 있다. 문자메시지도 그 표현 수단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공격해야 할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리고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비방 문자를 보내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다. 정상적인 의견 표출을 봉쇄하고, 사람의 인격까지 훼손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에 대한 열성 지지자들의 비방 댓글과 문자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자폭탄은 이제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까지 막을 정도로 과격해졌다. 여권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문자폭탄 근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부터 이를 ‘양념’으로 치부해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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