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우리는 당신이 살 빵을 이미 알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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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기업들의 ‘온도 전쟁’이 한창이다. 실생활에서 1도 차이는 큰 영향을 못 느끼는 듯하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선 다르다. 1도의 작은 차이로 제품이 시장에서 사랑을 받거나 외면을 당한다. 소비자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도 기온에 따라 자신의 선호에 맞는 더욱 꼼꼼한 결정을 내린다. 그 때문에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은 물론이거니와 실용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비가 오는 날이면 커피가 더 팔리고 눈이 오는 날이면 케이크가 더 팔린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에 맞는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그것이 언제인지를 미리 아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소개된 한 베이커리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총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베이커리 한류’를 일으켰다. 이 회사의 성공 비결에는 ‘온도 전쟁’에서 승리하게 해준 날씨경영이 있다.

이 회사의 서울 강남 J 점장은 오후 6시가 되면 더욱 분주해진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팔렸는지, 남아도는 물량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본사 구매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력한 뒤에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이틀 뒤 재료를 신청한다.

이날 J 점장은 피자빵 재료를 평소보다 많이 주문했다. 평소에는 35개 정도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50개로 늘렸다. 이틀 뒤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피자빵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날씨판매지수’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비가 오면 집에서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베이커리에서도 피자빵을 필두로 기름기 있는 빵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지난주 꽃샘추위가 닥쳤을 때는 차가운 샌드위치 대신 따뜻한 샌드위치 비중을 늘렸다. 보통 9 대 1로 차가운 샌드위치를 많이 만들지만 추운 날씨에 따뜻한 샌드위치가 더 많이 팔릴 것이란 날씨판매지수를 수용했고 물론 결과도 좋았다.

이 지점은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한 뒤 전년 동기 대비 약 30%의 매출 증대를 보였다.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한 날씨경영 덕분에 매장에 왔다가 원하던 빵을 찾지 못해 돌아서는 고객과 미처 팔지 못하고 버리는 빵이 줄어든 결과다. 특히 피자빵이나 핫브레드처럼 온도나 날씨에 영향을 받는 빵들의 수요를 적절히 맞춘 것이 매출 증대의 직격탄이 됐다.

최근에는 빵에 방부제가 안 들어가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면 빵을 팔 수 없는 만큼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날씨판매지수가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 대량 생산을 위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이를 예상해서 진행하려면 날씨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일단 날씨를 알아야 이벤트 당일의 기본적인 상황을 예측할 수 있고, 그 이후 유행이나 고객의 요구 등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는 직영점뿐만 아니라 가맹점의 90%가 날씨판매지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사례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품 생산, 판매, 홍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와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끌어낸 사례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제시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날씨판매지수#온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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