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우당탕탕]〈3〉옷을 감추지 않은 남동생의 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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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라디오 작가 생활은 하루하루가 사연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 회사를 그만둔 사람, 처음 출근한 사람도 많다. 처음 데이트한 사람도 있지만 이별한 사람도 많다. 청취자 사연 덕분에 많이 웃는다. 특히나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신혼부부 사연이 있다.

3년 연애 끝에 결혼한 신혼부부. 연애 시절부터 알뜰했던 여자는 신혼여행도 국내로 가자고 할 정도로 알뜰했다. 그렇게 3년을 살다 보니 남편은 해외여행을 한번 가고 싶었다.

“자기야, 우리 이번 휴가는 해외로 가면 안 돼? 나 여권 만들고 비행기 한 번도 못 타봤어!”

“그러게 왜 만들었어!”

“그러지 말고 이번엔 발리로 가자, 응?”

남편은 용돈을 줄이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고, 결국 부부는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자기야, 수영복 꼭 챙겨!”

“싫어. 나 수영복 안 입을 거야.”

“무슨 소리야! 발리에 가면서 수영복을 안 가져가다니.”

“어차피 이번 한 번밖에 안 입는 거잖아. 아까워.”

발리에 도착한 남편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한참을 놀던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들어와. 엄청 시원해.”

“아니야, 난 괜찮아!”

“자기, 수영복 안 가져온 거 아니지?”

“걱정 마. 가지고 왔어!”

잠시 후, 아내는 수줍게 수영복을 입고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수영복이 이상해 보였다.

“그거… 수영복 맞아?”

“어? 아… 수영복 비슷한 거야.”

아내는 흰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수영복 비슷한 걸 입었는데, 남편은 아내의 등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옷 뒤에는 ‘중등부 ○○○’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은 처남 이름이었고, 처남은 중학교 때까지 레슬링 선수였다. 고로 그 수영복 비슷한 옷은 처남의 레슬링복.

“자기야, 어때? 멀리서 보면 티 안 나지?”

아내는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해변가를 뛰어다녔는데, 그의 독특한 수영복을 보고 외국 여성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웨어 아 유 프럼(Where are you from)?”

“음… 프럼 코리아. 와이(Um… from korea. Why)?”

“오! 디스 이즈 갱냄 스타일(Oh! This is Gangnam style)?”

그 외국 여성은 아내의 수영복이 특이하다며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아내의 강남스타일이 동남아에 전파됐다.

부부는 다음 해에 또 사연을 보내왔다. 그 사연도 ‘역대급’이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니 올해는 안 된다고 아내가 말해서 둘은 안면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자기야, 요즘 ‘래시가드’라는 거 많이 입던데, 휴가 갈 때 나도 그거 하나만 사줘!”

“걱정 마. 이미 주문해 놨어!”

남편은 아내가 준 래시가드를 입고 조개를 잡았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땀이 더 많이 났다. 벗어서 제품 정보를 보니, 래시가드 비슷한 그 옷은 겨울용 내복이었다.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될 거 같은데, 올여름 이 부부의 휴가가 너무 궁금하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수영복#래시가드#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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