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문고리’까지 번진 드루킹 사태, 민정은 뭉개려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0시 00분


송인배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대선 이전에 포털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 씨(필명 드루킹)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사실을 조사하고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다가 언론이 보도하자 뒤늦게 어제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보고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뭉개고 넘어가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모두 4번 드루킹을 만났고 돈도 200만 원 받았다. 송 비서관은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일정총괄팀장으로 문 후보의 전 일정을 관리했고 지금도 청와대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 ‘문고리 권력’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장본인이다. 문 후보의 수행팀장이었던 김 후보는 드루킹이 2016년 6월 의원회관을 찾아와 만났다고 했을 뿐, 소개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어제서야 인정했다. 앞서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선 과정에서 드루킹이 주도한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모임의 회원들을 만나러 가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야권은 이 정도면 문 대통령이 드루킹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4월 송 비서관으로부터 드루킹을 접촉한 적이 있다는 자진 신고를 받고 조사를 했으나 별문제가 없어 조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제1부속비서관이 관련되고 대통령이 의심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면 사소한 것이라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민정수석의 업무다. 청와대는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체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했으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앞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인사 업무와 무관한데도 드루킹 측 도모 변호사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달라는 인사 청탁을 받고, 만난 시기를 3월 초→3월 중순→3월 말(28일)로 번복해 의혹을 산 바 있다. 파헤치기보다는 덮어버리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어제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법’이 통과됐다. 곧 발족할 특검이 풀어야 할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김 후보에게 소개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김 후보를 조사한 게 아니라 김 후보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었다고 할 정도로 수사가 허술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경찰은 김 후보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조회해야 한다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다가 기록보존 만료시한을 흘려보냈다. 댓글 수사의 최고 전문가인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둔 검찰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를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방해했다. 검경의 수사은폐 의혹도 당연히 특검의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드루킹#송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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