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왜 시골에 사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특이점이 온다고 외치는 빠른 세상에 천천히 살기 위해 시골에 왔다.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아주 커서 바쁘게 걷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어느새 나의 걸음도 빨라진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적막에 가까운 고요함과 새소리, 개구리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진정한 휴식을 주곤 한다. 편의시설이 없는 불편함을 한 방에 상쇄해 버리는 시골의 장점이다.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많은 일이 일어난다. 따지고 보면 내가 사는 집이 시골이지 매일 근처 신도시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시골 비즈니스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여전히 도시에 살던 속도감이 몸에 배어 있어 바쁘게 지내다 보면 쉽게 과로를 선택하곤 한다. 아마도 한적하고 조용한 집에 살지 않았더라면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처럼 다시 도심을 질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야근은 기본이었고, 늦은 퇴근 후 술로 몸을 한 번 더 피곤하게 만들었던 습관은 아직도 남아있다. 과로 대신 한 박자 천천히 가자고 말을 걸어주는 시골에 살아 다행이다. 글을 쓰건 일을 하건 창의력과 에너지는 필수인데,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이 선사하는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음 프로젝트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도교육청에서 주관한 ‘잘 노는 아이 인재로 거듭난다’란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총신대 유아교육과 허미애 교수의 강연 부분에서 정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이상한 일이 생긴 날’ 실험이었는데,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공간에 모든 놀이 교구를 치워 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일부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많은 아이가 ‘우아∼’ 하는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그 이후에 생긴 일이 흥미롭다. 한동안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자연스레 근처 화단에서 ‘여기 이런 꽃이 피어 있어!’ 혹은 ‘여기 이런 돌이 있어!’ 등을 외치며 자연을 이용한 놀이를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태초부터 아이들은 자연을 가지고 놀며 성장해왔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이런 놀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놀도록 내버려둘 수 있을까. 혹은 어른들은 충분히 놀고 있을까.
참가한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잘 놀 수 있게 도와주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잘 놀고, 잘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부족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햇볕 아래서 땅따먹기도 하고, 비석치기도 하며 지냈었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지금 우리 어른들과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내가 시골에 살며 찾아낸 것은 자연이 주는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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