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북한의 무응답을 바꾼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9일 03시 00분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거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회담일인 다음 달 12일까지 두세 번의 취소 결정이 더 있을 거라고 합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데요. 앞으로도 가슴 철렁할 날이 두세 번은 더 남은 건가요. 회담 취소부터 재추진까지 기억할 만한 발언들을 소개합니다.

△We got a lot of dial tones, Senator=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한 말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담당자들이 미국 실무팀과의 미팅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공개했습니다. 미국 팀이 북한 측에 수없이 연락을 해도 무응답(unresponsive)이었다는 겁니다. ‘Get dial tone’은 상대에게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The art of diplomacy is a lot harder than the art of the deal=회담을 안 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하겠다고 하자 미 정가는 시끌시끌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대통령 발언의 신뢰도가 이렇게 바닥을 쳐도 되는 거냐고 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의 외교통인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점잖게 트럼프 대통령을 타이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한껏 비꼬면서요.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어렵다.’ 당신이 사업 거래할 때 통했던 전술이 외교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라는 의미입니다.

△He has banked not just his presidency but his career on reconciliation=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을 사전에 연락받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caught off guard(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왜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열과 성을 다하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직뿐 아니라 커리어를 남북 간, 북-미 간 화해에 걸었다.’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커리어 전부가 달린 문제다’라고 보면 될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북미 정상회담#트럼프 대통령#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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