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비자 시각으로 우간다 수준 관치금융 혁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0시 00분


동아일보와 채널A는 어제 ‘디지털 금융과 행동경제’라는 주제로 ‘2018 동아국제금융포럼’을 개최했다. 금융과 경제 분야의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 강연을 맡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금융산업은 공급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행동패턴과 인지심리 분석을 통해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일러 교수는 2017년 행동경제학에 대한 성과로 노벨경제학상을 탔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주류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런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토대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다는 이른바 ‘넛지(Nudge·툭 찌르기)’로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규제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규제 만능주의’가 아니라 세심하게 설계된 개입이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의 이런 통찰은 금융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한국 금융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 분야에서 한국은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뒤진 것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도 “정부가 끌어가는 금융 관치와 (금융을) 이념과 가치에 이용하는 정치권 금융정치가 대한민국 금융을 산업이 아닌 우리만 먹고 사는 가두리 양식 금융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공인인증서와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금융계약서, 꽉 막혀있는 개인정보호법 등 약간의 문제 발생 가능성만 있어도 전면 금지시키거나 책임을 회피할 방법만을 찾아온 것이 한국 금융의 현주소였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인터넷뱅크 2곳 역시 금산(金産) 분리 규제에 걸려 당초 기대했던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메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5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관리와 고령화에 따른 노후자산 부족, 금융 취약계층의 낮은 금융 이해도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포럼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혁신적인 성장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금융과 행동경제#2018 동아국제금융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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