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두 차례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미국과 북한도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남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이슈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관련 언론 보도와 ‘홍익대 몰카 사건’ 등 주요 국내외 사안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김종빈 위원장=남북문제와 같은 복잡한 사안은 거대담론보다는 지면에 나온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토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화순 위원=남북미 정상회담 관련해서 진행 중인 사실을 보도하는 데는 동아일보가 많은 기여를 했고 의미 있는 특종 기사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상 위주로 설명하려다 보니, 이면에 있는 문제점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했는지 의문입니다. 여러 시각과 신중한 시각도 더 많이 다뤄주어야 합니다. 종전선언과 체제 보장 논의를 보면, 미국과 북한 입장의 첨예한 사안들이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진 것 같진 않습니다. 핑크빛 낙관주의 이면에 있는 신중한 견해도 소개됐어야 합니다.
△이준웅 위원=신문은 큰 사건일수록 스트레이트 중심보다는 맥락을 짚어주고 해석을 제공하는 게 본령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사안들은 단순히 남북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입김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아 지면을 보면 그런 움직임이 아주 작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그런 해석적인 부분을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남북과 북-미 중심으로만 한반도 정세를 볼 게 아니라 주변 강대국까지 포함해서 입체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용묵 위원=4월 26일자 1면 ‘비핵화 뺀 모든 의제 조율 마쳤다’라는 제목은 누구와 협상을 마쳤다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이니까 남북 간에 조율을 마쳤다는 것인지, 미국과 했다는 것인지 애매합니다. 용어 사용도 혼란이 없어야 합니다. 4월 30일자 기사를 보면 ‘김정은이 완전-신속 비핵화 꺼냈다’라는 제목이 나오는데, ‘비핵화’ ‘신속’ ‘완전’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기사 내용엔 없습니다. 또 제목에 ‘체제 보장?’이라고 물음표를 찍어 놨습니다. 체제가 ‘국가 체제’인지 ‘지도 체제’인지 보완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류재천 위원=저는 지금과 같은 변화의 격랑 속에서는 해설이나 분석보다 사실 위주로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이 70∼80%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그런 쪽으로만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일방적 소스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통해서 혹시 국익 차원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외교부는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지적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신 위원=1992년 노태우 정부 때 이미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었습니다.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공동선언을 상기시켜 주면서 현재 논의되는 완전한 비핵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면 좋았을 것으로 봅니다. △조 위원=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나친 낙관론을 갖기 쉬워 보입니다. 누군가는 달리는 수레에 모래를 뿌려서 천천히 가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급히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봤지만 결국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결말이 날 거라고 보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 경제가 개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5월 19일자 위클리 리포트 ‘북한 경제 팩트 체크’ 기사는 심도 있는 분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 위원장=다음 주제인 ‘홍대 몰카 사건’으로 넘어 가보죠.
△이 위원=이 사건과 관련해 동아일보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구도’로 전개되는 걸 막기 위해서 애쓴 게 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려다 보니 역설적으로 ‘성대결 구도’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피해자가 남자든 여자든, 우리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되는 것을 명확히 잡고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관련 집회에 1만여 명의 여성이 모였다는데, 그런 이슈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언론이 단순히 여론을 좇아만 가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조 위원=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과 남성 간 대결 양상이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남녀 대결 구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류 위원=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입니다. 뿌리 깊은 불신과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언론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사안일수록 시민단체보다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신 위원=약자라고 무조건 보호해주는 것은 안 됩니다. 장애인,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사람을 보호하는 것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갑질 행위와 법치주의’도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법치주의’인데 회의장에서 물컵을 던졌다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경우 합의가 되고 일반인이었다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사회가 온통 그를 매도하고 있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 위원=갑질 사태 같은 이슈에서 특히 언론이 중심을 잘 잡아야 됩니다. 다루지 않아도 될 사안을 지면에 크게 실으면, 갑자기 사회적 이슈로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언론은 ‘이 사안은 다룰 만한 것인가’를 늘 판단해야 합니다.
△신 위원=‘라돈 침대’ 문제의 경우 핵심 책임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인데 기사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만 나오고 정작 산업부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몰라서 안 쓰는 것인지 알고도 안 쓰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책임 부처에 긴장감을 줘야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게 됩니다.
△이 위원=남녀 성 차이의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길 바랍니다. ‘기회 격차, 임금 격차’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비중 있게 다뤄야 합니다. 제사 문제 등을 다루는 동아의 ‘신예기’ 시리즈는 21세기 문제를 새롭게 제시한 것이어서 좋은 기획입니다. 예절은 중요하지만 고루한 방식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시리즈가 잘 지적했습니다.
△류 위원=5월 26일자 위클리 리포트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분석’도 좋은 기획입니다. 용어를 하나 지적하자면 지면에 나오는 ‘미세먼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세입자’로 쓰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도 ‘particulate matter’(미세입자)라고 씁니다.
△조 위원=지방선거와 관련해 최근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두 명의 유력 후보 비교 기사는 후보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기사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표나 부속물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후보들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오늘 논의한 내용이 앞으로 반영돼 독자에게 더 나은 지면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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