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5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올라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그런데 서민 생활과 밀접한 농산물 가격이 평균 9% 오르는 등 ‘밥상 물가’가 크게 뛰었다. 이 중에서 감자, 무, 고춧가루는 50% 정도씩 껑충 뛰었다. 주식인 쌀도 29.5% 올라 3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기름값도 치솟았다. 올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한국은행이 어제 전반적인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다. 작년 4분기에 비해 1.0% 증가했으나 4월에 발표한 속보치보다는 0.1%포인트 낮다. 최근 경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 현장이나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경기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고용 사정 악화는 인구구조 탓이라거나 최저임금 부작용은 정책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체 가구의 소득 10분위 분류에서 “하위 10%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격차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거가 될 만한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하위 1∼5분위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득이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유리한 숫자만 내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고단해지는 서민들의 경제 사정을 개선하려면 제대로 된 진단과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맞는 처방전을 내고, 단기든 중장기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아프더라도 통계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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