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에 비가 내린 이유…역발상의 날씨 경영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흔히들 골프는 귀족 스포츠로 인식하지만 스크린골프의 등장 이후 ‘골프 대중화’란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국내 한 실내골프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국내 골프 인구는 지난해 대비 12.9% 증가한 약 469만 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연평균 11.6%의 폭발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12.9%라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 중 필드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264만 명,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351만 명으로 이미 스크린골프가 원조라 할 수 있는 필드 골프 인구수를 넘어섰다.

스크린골프가 대세로 떠오르는 데는 궂은 날씨가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유독 강추위가 심했던 올 1월 평균 라운드 수가 17%가량 증가했고, 비 오는 날에는 주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시스템당 이용객이 1.5∼2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필드 라운드가 무산된 골퍼들이 스크린골프장을 찾았을 뿐 아니라 나들이 등 야외활동 계획을 취소한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스크린골프장을 찾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필드 골프와 스크린골프 간의 날씨 경영 대결이 밑바탕이 됐다.

기존의 필드 골프는 필드에 나가야 하는 시간적인 제약과 비용적인 부담이 있었다. 회원권 없이는 예약이 힘들다는 점도 그 같은 인식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는 굳이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회원권과 같은 목돈 지출이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워 골퍼들을 유혹했고 골프에 관심이 없던 일반 대중에게도 골프의 묘미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기존 필드 골프장 역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야외 필드는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필드 골프장은 골프장 위치의 상세 날씨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예약 취소율을 낮췄다. 또 골프장에 기상장비를 설치하여 장비가 관측하는 정확한 날씨 데이터를 이용해 농약 사용량을 조절함으로써 최적의 잔디 관리를 유도하는 등 날씨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필드 골프장의 날씨 경영에 맞서 스크린골프 업계는 역발상의 날씨 경영을 도입했다. 스크린골프에 날씨 경영을 도입해 실외 골프장을 그대로 실내로 옮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실제 국내외 유명 골프장을 실지 측량한 것을 촬영해 필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최상의 현실감을 제공한다. 시각적인 현실감 외에도 바람의 세기와 풍향, 눈·비·안개 등의 날씨조건을 적용해 현재 날씨 상태와 같은 효과를 통해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객도 있었다. 눈비를 피해 스크린골프장에 왔는데 그곳에서 눈비를 만나니 황당해하며 항의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갈수록 스크린골프를 그저 필드 골프의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오히려 실제 필드와 같은 환경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는 5G 시대 도래에 발맞춰 인위적인 날씨 대신 아예 바깥세상과 같은 날씨를 구현한 새로운 스크린골프 시스템에 다다랐다. 이미 날씨 경영 때문에 크게 성공했음에도 또 다른 날씨 경영을 도입해 이용객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골프#스크린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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