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를 3만6000∼8만4000명으로 추산했다.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 2019년과 2020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인상 속도를 유지하면 각각 9만6000명, 14만4000명의 고용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KDI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일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대놓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국책연구기관이란 점에서 이번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KDI가 분석한 미국 헝가리 등 해외사례에서도 급격한 인상이 이어지면 고용은 직격탄을 맞았다. KDI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임금질서 교란을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 자체가 줄고, 처음부터 임금을 많이 받다보면 경력에 따른 근로자 지위 상승 욕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참모들은 통계청 자료를 입맛에 맞게 편집해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90%”란 발언이 나오도록 했다. 전체 가구의 41%나 되는 실업자, 자영업자 등 근로자외 가구는 쏙 빼고 일자리를 가진 가구의 근로소득만 분석해 최하위 10%의 소득만 줄고 나머지 90%는 증가했다는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통계 편집도 황당하지만 이 자료에서 마저 최저임금 인상의 근본 취지와는 정반대로 최하위 10%의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엉터리 보고를 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엄중 문책이 없으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비슷한 꿰맞추기 보고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애당초 소비자물가가 1%대로 안정된 가운데 매년 16%씩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경제현실을 무시한 정책이었다. 선거과정에서 정치적인 득실과 노동계의 힘에 밀려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구호를 내세웠다면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해 완급을 조정해야 한다. 고용불안 처지의 저임금 근로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더 실험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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