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초 대서양에만 100척의 독일 유보트가 잠복해 있었다. 유보트의 전술은 늑대의 사냥법을 땄다고 해서 ‘대서양의 늑대들’이라고 불렸다. 1940년에 독일이 도입한 이 전술은 유보트가 연합군 호송선단을 발견하면 바로 공격하지 않고, 선단을 추격하면서 주변의 유보트를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무리가 형성되면 서로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공격을 시작한다.
유보트의 황금기였던 1940년에는 한 달에 50∼60척, 25만∼30만 t의 수송선이 가라앉았다. 나중에는 대서양을 7구역으로 나누고 20척 이상씩 떼를 지어 담당 구역을 돌아다녔다. 호송선단이 가장 공포를 느낀 때는 유보트가 선단 한복판으로 잠입하는 경우다. 대형 안쪽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선단에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대형이 흩어지면서 유보트에 더욱 손쉬운 사냥감이 된다. 양 떼 한복판에 늑대가 들어오는 경우와 똑같다. 유보트는 대중에게도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나타났다가 공격하고 사라지는 잠수함. 보이지 않는 공포는 그 어떤 공포보다도 무섭다.
어떤 사람들은 유보트 대원들은 정말 편하고 안전하게 싸운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작 유보트 대원들의 생활은 극한의 고통이었다. 당시 잠수함은 완전한 배수가 되지 않았다. 바닥에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상승했고, 밀폐된 선내에 습기는 증기 수준이고, 디젤유와 땀 냄새, 쓰레기 냄새가 뒤섞여 보통 사람은 그 공기를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구토를 일으킬 수준이었다. 유보트 대원에게 제일 중요한 요건은 배짱 좋은 위장이었다. 빵은 이틀만 지나면 곰팡이가 피었다. 음식은 바로 곰팡이가 피거나 썩었다. 이 외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전장에서 땅에 있는 병사는 하늘의 전사를 부러워하고, 수병은 육지의 전우를 부러워한다.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은 크고 좋아 보인다. 그러나 편하게 얻는 결과는 없다. 남다른 업적은 남다른 고통을 대가로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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