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아침,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해준 순국선열들, 그리고 이 순간도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을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들을 생각한다. 과연 한국 사회는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에 대한 존중과 예우에 부족함이 없는가.
4일 정부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공무를 집행하다 폭행을 당해 숨지거나 부상을 입는 경찰, 소방관, 해양경찰 등이 최근 3년간 총 2048명에 달한다. 이날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이 한자리에 모여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과 언어폭력을 멈춰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연평균 683명이라는 피해규모도 기막히지만 장관 청장들이 모여 폭행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낙후된 현주소를 보여준다.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은 자제를 호소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와 사법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며 법치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제복에 대한 폭행은 술이나 약물에 취하거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저지르는 폭력과 시위대 등이 집단의 힘을 이용해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휘두르는 폭력으로 구분된다. 두 경우 모두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하길 거부하며, 폭력을 휘둘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다만 후자의 경우는 정부의 잘못된 대응이 집단행위자들의 폭력을 조장하고 방조한다는 점에서 정부도 통렬히 책임을 느껴야 한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버스를 넘어뜨리고 의경들에게 온갖 폭력을 휘둘러도 가벼운 처벌로 그치고, 조금의 과잉 논란이라도 벌어지면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처벌과 민사상 책임까지 뒤집어쓰는 게 우리 현실이다.
지금은 공권력이 정당성 없는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엄정한 법집행과 더불어 공권력의 권위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집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최근 서울의 한 경찰 지구대장이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린 사건처럼 제복의 권위에 스스로 침을 뱉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들에 대해선 일벌백계해 추상같은 기강을 세워야 한다.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은 국가공권력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한다. 이런 중대 범죄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 제복 입은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선량한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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