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강국]따오기가 몰고 온 韓中日 ‘훈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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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주시안 총영사
이강국 주시안 총영사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따오기 동요가 중국 산시성 한중(漢中)시에 울려 퍼졌다. 한중은 한나라 유방(劉邦)이 병력을 길러 국가의 초석을 세운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따오기 국제포럼’이 열렸고 전야제 문화공연에서 한중 어린이들이 따오기 동요를 불렀다. 따오기는 하얀 몸매, 홍색 날개깃, 길고 유난히 눈에 띄는 적색 부리가 특징인 아름다운 새이다. 한반도,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 등에 널리 서식했으나 무분별한 남획, 서식지 파괴, 농약 사용 등으로 먹이사슬이 끊겨 1970년대 초 자취를 감췄다.

이후 중국은 따오기 찾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고 3년 만인 1981년 한중에서 7마리를 발견했다. 따오기 개체수를 더 늘린 뒤 자연에 방사했고 서식지를 확대했다. 한국과 일본에도 따오기를 기증했다.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 들어온 따오기들은 이제 수백 마리로 늘어났다.

멸종위기를 맞았던 따오기를 한중일 3국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고 개체수도 3000여 마리로 늘었다.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도 인간들에게 생태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습지와 하천, 논에서 미꾸라지, 개구리 등을 먹고 사는 따오기는 청정 지역에서만 산다. 그래서 따오기가 사라지면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음을 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따오기를 매개로 해서 한중일 3국의 교류가 더 늘고 갈등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좡창싱(莊長興) 산시성 선전부장은 올해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수립 10주년이자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따오기 국제포럼을 통해 지방정부와 민간 교류가 확대되고 문화 및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이종헌 사무총장도 최근 따오기를 매개로 3국 협력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 따오기들은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방사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따오기가 한반도 자연생태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따오기를 볼 수 있을 것이고 ‘따옥따옥’ 하는 소리도 들리길 기대한다. 나아가 한중일 모두에서 길조로 사랑받는 따오기가 역사, 영토 등의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3국 관계에서 우의의 교량이 되고 동북아에 훈훈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평화의 사도가 되기를 바란다.
 
이강국 주시안 총영사
#따오기#한중#한중일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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