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어제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자체 해결에 방점을 뒀지만 ‘검찰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런 뜻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고…”라고 말해 검찰 고발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재판 거래는 없었다’며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특조단 보고서에는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 등 20여 건을 언급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이 발견되었음’이라는 표현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사흘 뒤 김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와 함께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재판 거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뒤 재판 관련자들의 대법정 점거 등 ‘재판 불복’ 사태로 이어졌다.
연일 판사회의가 열리는 내홍 끝에 7일 전국 35개 법원장들은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부장판사들에 이어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등 23개 지법 중 18개 지법의 일선 판사들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충돌은 사법부와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검찰이 이미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터에 우리 사회의 보루인 법원마저 불신받으면 법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상태다. 의혹의 핵심은 ‘재판 거래’이지만 재판은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이어서 검찰 수사로 규명하기 힘들다. 수사가 이뤄져도 결국 문건의 작성 보고 결재 과정을 밝히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 독립이나 피의자 인권까지 도외시한 어처구니없는 문건들을 만든 경위는 사법부 자체로도 철저히 밝히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모든 사건을 재심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재판 불신이 심각하다. 김 대법원장은 11일 전국법관회의까지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 불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결단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대책에는 쪼개진 내부의 화합과 치유 방안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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