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어떻게’라고 써야 할까, ‘어떡해’라고 써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할 때 고려할 지점이 있다. 언제 이런 고민을 하는가? 주로 문자를 보낼 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할 때다. 고민하는 상황이 언제인지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이 상황 자체가 구어 즉, ‘입말’과 관련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구어의 맞춤법이 문어의 맞춤법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 많다. 왜 그런가?
먼저 ‘어떡해’는 준말이어서 사전에 올라있지 않다. 또 컴퓨터도 오류를 제대로 발견하질 못한다. 몇몇 문맥을 제외하고는 ‘어떡해’를 쓰면 오류 표시인 붉은 줄 표시가 뜬다. 그래서 둘을 구별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려면 이 말들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의 기본형부터 보자. 이 말의 기본형은 ‘어떻다’다. 우리는 ‘맞춤법의 재발견 47’(2018년 3월 14일자)에서 이 단어를 다룬 바 있다. 예를 몇 개만 옮겨보자.
어떻든 ← 어떠하든, 이렇든 ← 이러하든 저렇든 ← 저러하든, 그렇든 ← 그러하든
단어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 관계를 이룬다. ‘이렇다, 저렇다, 그렇다’처럼 ‘어떻다’ 역시 ‘어떠하다’에서 ‘ㅏ’가 탈락하고 ‘ㅎ’이 남은 것이다. 우리는 ‘어떻다’를 일상에서 흔히 사용한다. 살아 있는 말이라는 의미다. 이런 말은 ‘어떻-’을 명확히 밝혀 적어야 한다. 그래야 의미 파악이 쉽다. ‘ㅎ’을 밝혀 적지 않은 ‘어떡해’는 ‘어떻다’와는 다르다. 일단 기본형을 잡을 수 없다. ‘어떻게 하다’의 준말일 뿐이다.
시험인데 어떻게 하지? 시험인데 어떡해?
문제는 구어에서는 준말이 훨씬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 말은 발음이 거의 비슷해 소리로 구별하기 어렵다. ‘ㅎ+ㄱ’이든 ‘ㄱ+ㅎ’이든 모두 ‘ㅋ’이다. ‘어떻게’는 [어떠케]로, ‘어떡해’는 [어떠캐]로 소리 난다. 우리말 [애], [에]를 말소리만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었다. 이 둘을 제대로 구별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문장을 만들어 관계를 보아야 한다.
① 이 일을 어떻게 하지? ② 일을 못하면 어떡해.
①의 ‘어떻게’는 문장 안에서 서술어 ‘하다’를 꾸미는 역할을 한다. 우리말 ‘-게’가 그런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좀 더 어려운 말로는 ‘부사형 어미’라 한다. 말 그대로 부사처럼 행동하게 하는 말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꾸미는 말이 필요하다. ①에 ‘어떻게’가 꾸미는 ‘하다’가 보이는가? 반면 ‘어떡해’ 속에는 이미 ‘해’가 있다. ‘어떡해’에는 이미 이 말 속에 서술어 ‘해’가 들었으니 뒤에 꾸미는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이 뒷말 ‘하다’와 ‘-게’의 관계를 이해하면 이들을 구별해 쓰는 것이 좀 더 쉬워진다.
앞서 본 관계를 확장해 보자. ‘어떻게 하지’와 ‘어떻게 하든’의 준말은 뭘까? ‘어떻게, 어떡해’의 관계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떡하지’와 ‘어떡하든’이라는 말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나의 단어 관계에서 다른 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 이것이 맞춤법을 제대로 배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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