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월드컵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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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했다. 개막전에서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후반 인저리타임에 탄성을 자아내는 프리킥 골을 집어넣었다. 이런 골을 보는 맛에 축구를 본다. 축구팬으로도 유명한 독일계 미국 외교학자 헨리 키신저는 축구를 발레에 비유하곤 한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같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드리블, 정교한 패스, 절묘한 프리킥은 모두 발레리나에 못지않은 섬세한 발동작의 결과다.

▷프리킥에서 과거 감아 차는 킥이 유행했으나 근래 들어 무회전 킥이 중거리에서는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려면 공에 회전을 줘야 한다. 그러나 무회전 킥은 공과 공기 사이의 미묘한 마찰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볼의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 골키퍼로서는 눈앞에서 볼이 툭 떨어지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호날두가 잘 차는 무회전 프리킥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도 궁금하다.

▷메시의 기술 축구와 호날두의 파워 축구의 대결만이 아니라 ‘이집트 왕자’로 불리는 초특급 신예 무함마드 살라흐의 활약도 자못 기대된다. 살라흐는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으로 2017∼2018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해 축구계 최고 권위를 가진 발롱도르의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에서 얼마나 회복됐는지가 변수다.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에즈만,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독일의 티모 베르너 등도 주목할 신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개막전에서 러시아에 0-5로 참패했다. 아시아 팀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이 18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나선다. 한국에도 두말할 필요 없는 특급 선수인 손흥민이 있고 환상적인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갖춘 이승우, 위력적인 무회전 킥을 구사하는 정우영 등이 있다. 한국이 아시아 무승(無勝)의 불명예 행진을 깨줄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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