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고용쇼크 이어 보름 후면 닥칠 근로시간 단축 태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0시 00분


경기 고양시 버스회사인 명성운수에서는 지난 석 달 동안 100명에 가까운 운전사가 사표를 냈다. 다음 달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탄력근무제가 도입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기본급보다 수당이 많은 운전사 월급 구조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기존 추가근무가 기본근무로 집계돼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버스 대란’도 우려된다.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8850여 명의 운전사를 더 고용해야 하지만 나가는 인력도 붙잡지 못하는 열악한 운수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채용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 52시간 근무를 앞둔 산업현장의 현주소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강행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동시간을 줄여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기업 10곳 중 9곳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이 부족해지더라도 인력을 더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경기가 나빠져도 해고를 쉽게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어쩌면 당연하다.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의 부작용이 반(反)기업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데다 제조업체들도 생산 거점 확충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수당 의존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정책을 뜯어고쳐도 마땅치 않은 판에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 태풍이 몰아닥칠 조짐이다. 이런 정책 때문에 일자리 90%를 차지하는 민간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활력이 꺾이는데도 정부는 정책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다.

정부는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이 “비가 많이 내려 건설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임시직, 일용직 문제에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과 친노동·반기업 정책의 기본 방향을 수정하지 않고는 일자리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기업 부담을 줄이고 규제개혁, 노동유연성 확보로 민간의 고용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일자리 충격은 일상이 된다.
#최저임금#고용쇼크#근로시간 단축#친노동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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