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정원오]중소상인 보호해 장수가게 늘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얼마 전 임대료 갈등이 폭력 사태로 번진 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건이 있었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장사하던 상인이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건물주와 임차인 갈등이 서촌과 홍익대 앞 같은 이른바 ‘뜨는 상권’뿐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 1월 서울지역의 환산보증금을 4억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인하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시행령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임차인 보호에 아직 허점이 많다. 임대차 보호기간은 5년으로 짧고, 환산보증금 적용 범위에 제한을 뒀다.

임대차 보호기간 5년으로는 임차인이 권리금, 시설투자를 한 원금을 충분히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계약기간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그 전보다 대폭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임대차 존속기간이 9년, 미국은 통상 5∼10년, 영국은 법원을 통해서만 임대차 계약 종료가 가능한 것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 뉴욕은 지방정부가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 가능하며, 런던은 건물주가 퇴거의 정당한 사유를 가진 경우가 아니면 임차권은 계속된다.

일본은 100년 넘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장수 기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2000여 개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옛날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100년 전과 같은 맛을 내는 음식점과 제과점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1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있는 바탕에는 소상공인 보호정신을 반영한 ‘차지차가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10년은커녕 5년도 유지하지 못하고 폐업을 하거나 업종이 바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30% 수준이다.

이번 서촌 궁중족발 사건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가 뜨겁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결과다. 국회에 발의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년이 넘도록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다. 현실의 실정에 맞게 임차인의 영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앞으로 제2의 궁중족발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서촌 궁중족발#임대차보호법#임대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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