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0개 넘는 특수고용직에 일괄 고용보험 강요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0시 00분


고용노동부가 이르면 이달 말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허용 방안을 결정한다.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등의 특수고용직은 근로자의 성격이 강하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노동계는 이에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인정해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은 물론이고 노동3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부터 추진하면서 노동자 지위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계약 변경·해지를 당해도 대응이 쉽지 않은 특수고용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택배기사, 야쿠르트 아줌마와 같은 상품 외판원, 온라인을 통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애니메이터 등과 같은 전문직 프리랜서 등 50개 직종이 넘는 다양한 특수고용직을 모두 근로자로 규정하고 고용보험을 강요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미 특수고용직 중 규모가 가장 큰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하거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83.5%에 달했다. 자발적 퇴직자가 대다수인 업계 특성상 근로자로 전환되면 세금이 늘고, 매달 보험료를 내기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고용보험 의무 가입은 기업에는 직접 고용을 위한 인건비 부담을 안긴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보험회사는 약 2조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보험회사들이 성과가 낮은 설계사를 구조조정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특수고용직들의 직업 안정성을 보호하면서도 실업 사태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일률적인 노동법 적용보다는 당사자들과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분한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과거와 같은 노동자로만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미 전 세계에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승차 공유 또는 숙박 수요에 개인들이 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 코딩, 온라인 설문, 데이터 입력 대행, 쇼핑 대행처럼 다양한 독립형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변화를 외면한 채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성급히 정책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특수고용직#고용보험#고용보험 의무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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