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2시간 부작용 대책, 땜질 말고 ‘수술’을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0시 00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적어도 3개월로 돼 있는 것을 6개월 정도로 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최대 3개월까지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나온 이야기다. 김 부총리는 또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의 서버 다운, 해킹 등에 특별연장근로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사회재난 상황에 한해 주당 근로시간 기준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가 지난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산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부랴부랴 내놓은 응급처방에 가깝다. 주 52시간 근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중견기업 경영자들을 앞에 두고 한 홍 대표의 발언 역시 재계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정부 경제수장과 여당 원내대표가 정책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그 보완책을 내놓은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대책이 땜질 처방에 그쳐서는 산업 현장의 혼란은 시기만 조금 늦춰질 뿐 피할 수 없다. 당장 특례업종에서 빠진 버스업계나 주 60시간 이상의 정기 시설 점검이 필요한 석유화학업계,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건설업계 등은 어떻게 대처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납기에 쫓기는 중소 제조업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ICT업계만 맞닥뜨린 문제가 아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키운 이유다. ‘졸속’ 가이드라인을 시행 3주도 남지 않은 시기에 내놓은 것도 모자라 탄력근로제 등을 담은 유연근로 매뉴얼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불과 닷새 앞둔 26일 공개했다. 그런데도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대상 사업장의 59%가 이미 주 52시간 이내로 근로하고 있어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 41%의 애로는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6개월 계도기간에 법 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적지 않은 대한민국의 경영자는 잠재적 범법자로 살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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