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뤄진 진에어 면허 결정, 일자리 피해 최소화하도록

국토교통부가 어제 내릴 예정이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한 진에어의 면허 처리 결정을 유보했다. 국토부는 어제 브리핑에서 청문과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등 관련 절차를 더 진행하고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또 진에어의 불법 외국인 임원 등기를 방치한 당시 담당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 전 전무는 미국 국적으로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에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을 통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항공법령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면허를 취소하게 돼 있다. 그러나 조 전 전무가 이미 진에어 이사직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인 데다 이사 1명의 불법 등기 사실만으로 면허 취소까지 한다는 것은 소급 적용과 과잉처벌이라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국토부 자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취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1900여 명의 진에어 직원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부담도 연기 결정에 작용했을 수 있다. 그래도 조 전 이사의 불법 재직 사실이 밝혀진 것이 50일 전이다. 뭐 하다 이제야 다른 것도 아닌 ‘연기’를 발표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면허 취소 처분에 대해 진에어 측에서 제기할 행정소송에서 국토부가 패소할 경우 정책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도 국토부를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직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두고 볼 때도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애당초 등재되면 안 될 사람이 등재되고 이후에도 적발되기는커녕 3번의 면허 갱신이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단순 실수였는지 아니면 진에어 측과 유착관계가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진에어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면허 취소가 된다고 해도 다른 회사로 인수될 수도 있어 모두가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느낄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나 불편을 겪게 될 진에어 고객들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청문 과정과 추후 결정 과정에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