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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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

△‘Families belong together’

시위의 대표 슬로건입니다. 누가 만든 문구인지는 모르지만 피켓과 플래카드에 가장 많이 걸린 구호입니다. 한국 시위에 등장하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긍정의 메시지입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는 공유의식을 강조했습니다.

△‘We are better than this’

이 또한 시위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슬로건입니다. 짧은 문구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We’는 미국의 정신, 또는 미국인들을 말합니다. ‘This’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격리정책 좀 더 넓게 보자면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보다 낫다’는 것은 ‘우리는 이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We deserve better than this)’는 겁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인들은 배타적인 이민정책을 밀고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의 제작자 겸 배우 린마누엘 미란다가 로스앤젤레스 시위에 나와 자작곡을 부릅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 더 나아가 성인으로 커 나가는 과정으로 말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어린아이가 성인으로 커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나 소설을 가리켜 ‘coming-of-age’ movie 또는 story라고 합니다. ‘보이후드(Boyhood·2014년)’ 같은 영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난민#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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