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 7기가 시작됐다. 민선자치가 부활된 지 23년째로 이제 건장한 성년이 됐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는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성년의 모습은 아니다. 전국이 모두 똑같은 자치제도의 옷을 입고 미숙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권한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필자는 지방자치에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인 CVID 원칙을 적용해 민선 7기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시해 보려고 한다. 다만 지방자치에서 ‘D’는 ‘비핵화(Dismantlement)’의 의미가 아니라 ‘권력이양(Devolution)’을 뜻한다.
지방자치의 기본은 자율성 보장이다. 지방자치제는 주민의 의사를 수렴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독립적인 제도가 확보됐다고 해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제도를 움직이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바로 지방자치권이 필요하다. 지방이 스스로 법규와 조직을 만들고 처리해야 한다. 필요한 돈도 스스로 조달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권한, 돈, 사무, 인재들을 독점하면서 지방에 지방자치권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도 아직 불완전하다. 지방선거의 의미와 기능은 실종되고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검증은 생략됐다. 왜곡된 정당공천제로 선거 결과는 지방자치를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있다. 치안과 교육의 문제는 지방자치 밖에 머물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기형적인 교육자치제를 혁신해 완전한 지방자치제를 만드는 게 민선 7기의 과제다.
지방자치는 민주성과 능률성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실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주민은 이런 가치들이 제대로 실현되는지 주기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주민참여는 제도적으로 보장됐는지 검증하고 민선자치의 성과가 복지와 주민만족도를 제고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행정서비스가 과연 적은 세금을 내고 더 많고 질이 좋으며 빠르게 제공되는지 살펴야 한다.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도 주민에게 책임을 다해 봉사하고 있는지 검증 가능하고 그 결과는 다음 지방선거에 반영돼야 한다.
지방자치와 분권은 전향적이고 단계적으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실천 의지와 전략이다. 분권과 자치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집단을 설득해 자치분권의 길로 나서야 한다. 지방자치는 중앙과 지방,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경쟁은 반드시 갈등을 초래한다. 갈등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지만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이기주의가 표출된다. 사회 전체에 상당한 진통과 혼란을 초래한다. 현재까지 지방자치를 하면서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협력하지도 못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민선 7기는 주민과 관련된 사안의 결정권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화에 그쳐선 안 된다. 지자체 내에서도 위에서 아래로 권한 이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 독재에 불과하다. 더 궁극적으로는 ‘관에서 민으로’의 권한 이양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자치가 가능해진다. 지방자치에서 CVID 원칙을 지켜 지방자치 성과가 주민들에게 체감되고, 그 결과 관심과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선 7기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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