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러 인사들은 앞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일대일로는 한반도로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들에 대규모 인프라·산업 투자를 쏟아부어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려는 프로젝트다.
중국은 북한의 낙후된 산업·공업 기초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서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의 밀착된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투자 경제협력은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3차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장기적인 대규모 대북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다. 북한의 일대일로 참여를 이미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는 북-중의 경제·안보·전략적 협력을 더욱 끈끈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북-중 접경지역은 대북 투자에 대한 기대로 들썩거린다. 대북 사업에 관심 있는 중국인들이 단둥(丹東) 옌지(延吉) 등 북-중 접경지대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미 북한에 수십 가지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표성룡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은 4일 “대북 투자에 한국보다 중국의 관심이 더 크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국가가 발전하려면 대외 개방을 실현해야 하고, 중국은 북한이 개방시대로 가는 데 신뢰할 만한 전략적 후방이자 정치 안보와 관련해 특수하고 믿을 수 있는, 의지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북-중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단지 우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신형 전략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시각으로 보면 일대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 대항해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승부수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기초 인프라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중국에 진 대규모 채무 때문에 결국 중국에 주권을 제약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일대일로에는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을 국제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런 일대일로가 정말 북한으로 향하면 북한에 각종 산업 인프라를 건설하고 공장을 지으며 항구 등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원산∼남포를 잇는 연결선 북쪽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자신들이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한다.
아직 비핵화는 시작 단계다. 비핵화는 1차적으로 북-미 협상의 영역이기에 지금 중국 등 주변 국가는 비핵화를 찬성한다는 입장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대북 영향력 확대를 위한 대북 투자, 이를 위한 대북 제재 완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동북아 안보 체제를 둘러싸고 미중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국 역시 대북 투자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협력과 경쟁의 이중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북-중 밀착이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다소 순진한 발언 뒤에 이에 대한 진지한 대비책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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