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은 예상대로 국민세금이 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돼 왔음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줬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9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아 4, 5일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2011∼2013년 3년간 현금으로 지급된 240억 원의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이 아니라 의원들의 ‘보직’에 따라 제2의 월급이나 상여금처럼 배분됐다.
특활비가 가장 많이 입금된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 경비)’으로 59억 원에 달하는데 이를 누가 어떤 명목으로 썼는지는 설명이 없다. 의원들이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국회는 이를 상세히 해명해야 한다. 국회의장들은 해외 순방 때마다 수천만 원씩을 현금으로 받아갔다. 교섭단체 대표들은 매월 6000여만 원,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은 매월 600만 원을 타갔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모든 의원이 100여만 원씩 나눠 가졌다. 국회의 일반공무원들도 특활비를 일부 사용했다.
2015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월 4000만∼5000만 원의 특활비 중 일부를 생활비로 아내에게 줬다고 했고, 신계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자녀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한 바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기 위한 이들의 고백을 계기로 특활비 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국회는 제도 개선은커녕 사용 내역 공개조차 막무가내로 거부해 왔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국회는 대법원이 2004년에 이어 올 5월 다시 공개 판결을 내리고 여론이 악화되자 3년 치를 내놨는데 2013년 이후 내역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집행 내용 확인서만 붙여도 되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는 ‘눈먼 돈’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이런 게 구시대의 특권이고 적폐다. 다른 정부 기관들도 국가안보 등 특수 영역을 제외한 특활비는 모두 폐지하고 꼭 필요한 활동비는 법인카드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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