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8∼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명단을 어제 발표했다. 14개 대기업이 포함된 100여 명 규모의 매머드급 경제사절단이다. 주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망라됐다. 경제사절단 명단에는 없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인도 현지공장을 안내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요 교역국이 아닌 인도에 이 정도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도 방문 때보다 30명 이상 많다. 대규모 경제사절단 파견 이유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안이자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라는 인도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재계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사절단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소원했던 청와대와 재계의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재계는 지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청와대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법인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쏟아졌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그나마 정부 출범 초기 비판적 의견을 냈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라는 대통령의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움츠렸던 기업인들이 이번 대통령과의 동행에서 경제 외교의 보좌역을 하면서 미래 시장까지 개척할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기업을 사실상 백안시하던 청와대가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기업이 마주치는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40차례 가깝게 규제개혁을 건의했는데 바뀐 게 없다”고 한 말을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압박 행보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이 대통령 혼자만의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에 기를 불어넣어 주는 쪽으로 청와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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