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예멘 난민 560여 명이 올해 입국하면서 우리와는 무관할 것만 같았던 글로벌 이슈가 주요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관심도를 의미하는 예멘 난민에 대한 온라인 검색 빈도 추이를 보면,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6월 중순 급격히 증가했다. 예멘 난민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기사 내용은 비교적 정제돼 작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솔직한 감정을 토해내는 댓글들을 분석해봤다. 가장 상위에는 ‘이슬람’과 ‘무슬림’이 나온다. 난민 이슈로만 지금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판단이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대중적 시각에 깊이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예멘 난민을 수용하려는 데 대한 불만 표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문제’라는 단어가 많은데 부정적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대’ ‘강간’ ‘테러’ ‘추방’ ‘종교’ ‘범죄’ ‘세금’ 등도 상위에 포진해 있는데, 예멘 난민들이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우려를 상당부분 갖고 있었다. 이슬람 종교와 세금 투입에 대한 반감도 수용 반대의 주요한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한편 ‘인권’과 ‘여성’도 출현빈도가 높은데,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 인권이 낮다는 사고가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 정서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난민법에서는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는 … 외국인’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진정한 난민인지에 대한 의심도 적지 않다. 기사 댓글을 보면, ‘진짜’와 ‘가짜’라는 단어가 많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예멘 난민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2016년에 실시된 조사기관 입소스의 자료에 따르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는 진짜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와 복지서비스 수혜를 위한 가짜 난민으로 의심한다는 비율이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는 50%를 넘었다. 당시 한국은 42%로 비교적 의심의 시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지금은 ‘의심한다’는 응답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을 수 있다.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12년 제정된 난민법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달 사이 동의 버튼을 누른 사람이 60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의 공식 답변이 나와야 할 차례이다. 만만치 않은 예멘 난민 수용반대 여론과 난민을 허용하는 난민법 적용 사이에서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 없이 확산되는 혐오 정서에 대해서는 이슬람과 난민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해소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난민 선별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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