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 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43.4% 오른 시급 1만790원을 제시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시했던 시급 1만 원보다 최초 제시액이 더 올라갔다. 반면 사용자 측은 올해와 같은 7530원을 주장했다. 노사 간의 최초 제시액 격차 3260원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최저임금위는 앞으로 4차례 협상을 더 벌여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노동계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서 실제로는 임금이 7.7% 줄기 때문에 논의 기준점도 현재보다 7.7% 높은 8110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맞추려면 현재보다 33%가량 인상해야 하는데 8110원을 기준으로 33%를 올린 수치가 1만790원이라는 것이다. 사용자 측은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했다.
임금이 7.7% 줄어든다는 노동계의 ‘자체 추산’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이미 국회를 통과한 산입범위 확대에 딴죽을 거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산입범위 조정은 과거 기준이라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합쳐 연봉 6000만 원이 넘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볼 만큼 제도의 문제가 심각했던 탓에 이뤄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늘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보다 16.4% 올린 올해 최저임금만으로도 우리 경제는 홍역을 앓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5월 취업자 수 증가가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고용대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임시·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5월보다 각각 2.2%, 7.9%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종사자도 1.7% 줄었다. 현 정부 들어 새로 생긴 사업장보다 문 닫은 사업장이 더 많을 만큼 자영업자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또다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서 고용쇼크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사용자 측이 제시한 업종별 차등 인상률 적용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업종과 지역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업종과 지역, 또는 규모에 따른 생산성과 물가 차이를 고려하자는 취지다. 노동계는 “취약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차등 적용을 반대하고 있지만, 업종별·사업장별 임금격차가 큰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이미 충분히 겪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다면 영세사업자나 자영업자의 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노동계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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