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와 번영을 이룬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을 모델로 제시하면서 비핵화 실행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6, 7일 방북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후속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는 ‘최대의 압박’ 정책 회귀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경제성장’이라는 당근을 흔든 것이다.
미국은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논의가 교착상태를 깨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적대관계였던 베트남은 1986년 과감한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 ‘도이머이’를 채택했지만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는 계속됐다. 하지만 유해 송환 협상이 시작되면서 관계가 급변했고 1994년 경제제재 해제, 1995년 관계 정상화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물론 해외 투자가 필요한 ‘베트남 모델’은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제재 유지를 12차례나 언급한 것도 북한이 경제성장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라는 카드를 벌써 써버린 미국은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걸 간파한 북한은 시간을 끌면서 더 많은 걸 얻어내려는 전술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계속 끌려다닐 것이라 계산했다가는 판 전체가 깨질 수도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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