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미국]미국의 대북정책은 ‘길에 꽂힌 포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세 번째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1, 2차 방북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3차 방북은 회담의 성과물을 준수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북한과 협상을 해본 사람들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We have reached a fork in the road.

보수적 성향의 외교안보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는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대해 ‘fork in the road’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길 한가운데 꽂혀 있는 포크’는 Y형 갈림길로 나눠지는 지점을 말합니다. ‘중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란 뜻입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North Korea poured cold water on the talks.

‘fork in the road’를 보고 곧바로 ‘중대 결정 시점’이란 의미를 떠올릴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쉽게 예측 가능한 표현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찬물을 끼얹다’의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pour cold water on’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협상 태도를 ‘강도(gangster) 같다’고 비난한 담화를 발표한 뒤 미 NBC 방송은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elcome to our world, Mr. Secretary.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중에 ‘Welcome to my world’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환영하는 대상은 연인입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환영하는 대상은 폼페이오 국무장관(Mr. Secretary)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 그룹을 말합니다. 방북 성과도 내지 못하고,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북한에 헛걸음을 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 그룹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냉소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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