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부가 지난해 8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며 의료비 부담을 대폭 완화시켜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문재인 케어는 상급병실, 간병, 선택진료 등 3대 비급여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 현행 비급여 영역을 대폭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중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수립하고 매년 건강보험에 재정을 투입해 왔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2006년 64.5%에서 2016년 62.6%로 하락하자 비급여 증가가 보장성 정체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 명제에 가깝다. 그러나 의료계는 재원 마련 대책 등에서 허점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포퓰리즘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체계 왜곡을 불러와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케어에는 어떠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MRI 검사 전면 급여화로 진료 제한이 발생한다. 현행 건강보험에서 MRI 검사는 4대 중증질환 등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나머지는 비급여로 환자 부담이다. 그러나 무조건 전면 급여화만이 정답일까. 건강보험제도는 비급여 항목을 빼고 모두 급여로 인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급여 대상 의료행위 이외의 모든 의료행위가 급여로 고시되는 게 아니다. 일부만 급여로 고시되고 있다. 비급여에서 빠지면 당연히 급여에 해당돼야 하지만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회색지대’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비급여 대상 의료가 아님에도 환자가 원하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해도 급여 기준을 벗어나면 불법으로 처리된다.
다음으로 문재인 케어가 오히려 의료의 인프라를 붕괴시키거나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40년 전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 국민들은 소득수준이 낮았고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의 건강보험 정책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RI 검사를 급여로 추진하면 원가 이하로 책정된 현행 MRI 급여수가가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세한 의료기관은 낮은 수가로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게 뻔하며 결국 MRI 기기 운용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MRI 검사의 전면 급여화가 의료 인프라 붕괴나 환자들의 MRI 검사 접근성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앞서 살펴본 MRI 검사 급여화에 따른 여러 문제들이 현실화된다면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의 역할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정부는 기초부터 튼실한 새로운 건강보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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