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용 부진은 지난 정부 10년간 생산인구 감소,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악화 등 구조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산업 구조개선에 소홀한 채 사회간접자본(SOC)에만 집중해 제조업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 발언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업종과 청년·노년층 고용 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자인한 마당에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설사 이전 정부가 미흡했다고 하더라도 집권 1년 2개월을 넘긴 지금에 와서 과거 정권을 탓하는 게 과연 설득력 있겠는가. 실정(失政)에 대한 자기반성은 없이 모든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려는 한심한 행태다.
더욱 황당한 것은 홍 원내대표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홍 원내대표는 어제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라며 “삼성이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노조위원장 출신이라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이렇게 반(反)기업적이며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해도 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면담해 재계에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낸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당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기를 죽이고 있다.
집권당의 책임 회피는 홍 원내대표만의 일이 아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규제혁신을 논의하지 못한 것은 국회 파행과 야당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권 세력의 태도 변화 없이 경제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위기, 고용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라 통렬한 반성과 자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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