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북한은 ‘속임수 미끼’만 던진 것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직전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고 자평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한 정부는 폼페이오 일행의 협상 태도를 “강도 같다”고 맹비난했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직전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고 자평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북한 정부는 폼페이오 일행의 협상 태도를 “강도 같다”고 맹비난했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혼란스럽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척척 협상을 잘하던데 유독 북한만 만나면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고위급 회담도, 북한의 6·25전쟁 미군 유해 송환 회담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미국 언론은 북-미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사 제목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North Korea’s predictable bait-and-switch.

인터넷 쇼핑 해보셨나요. 근사한 제품에 저렴한 가격이 나와 있어 기쁜 마음에 얼른 판매자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실상 근사한 제품은 비싼 가격이고, 저렴한 가격은 다른 근사하지 않은 제품에 붙여진 것이었습니다. ‘Bait-and-switch’는 마케팅 용어로, 미끼를 던져 소비자를 유인한 뒤 제품을 살짝 바꾸는 판매 행위를 가리킵니다. 비핵화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미국을 유인한 뒤 ‘제재를 풀어 달라’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 등 다른 요구를 쏟아내는 북한의 행태를 가리킵니다. 충분히 ‘predictable(예상 가능)’한 북한의 술책인데 미국은 번번이 말려든다는 보스턴글로브의 기사 제목입니다.

△Trump has nobody to blame for North Korea but himself.

외교잡지 포린폴리시에 실린 외교 전문가 콜린 칼의 기고 제목입니다. 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업적이 없다”고 비난해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보좌관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이 삐걱거리는 것이 속으로는 기쁘겠지요. ‘대북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트럼프는 자신 이외에는 비난할 사람이 없다’는 이중 부정을 해서 더욱 강력한 긍정을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모두 당신 잘못이야’ ‘당신이 다 책임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

△After North Korea’s swipe, Pompeo must focus on pace and structure if nuclear talks are to succeed.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예상치 못한 비난을 들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를 ‘북한의 일격(swip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Swipe’는 매우 쓰임새가 많은 단어인데 원래는 ‘직선으로 강하게 밀다’라는 뜻입니다. 북한으로부터 직선타를 맞았으니 이제 미국은 전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북한 비핵화#북미 협상#북미 고위급 회담#미군 유해 송환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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