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초상화에서 검은 먹물이 흘러내린다. 이를 배경으로 29세 여성 둥야오충(董瑤瓊)은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친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된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에 걸린 ‘중국몽’ 선전물 먹물 투척 사건이다. 인터넷상에선 시 주석 먹물 낙서를 모방한 사건이 잇달아 숨어 있는 중국 민심을 보여줬다. 2018년 3월 시 주석이 개헌으로 장기 집권의 길을 닦고 ‘시황제’로 등극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선거로 선출되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은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연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강대국을 실현하겠다’고 장담한 배경이다.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역사를 되돌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천명하며 민주주의와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1990년대 근대화이론은 경제 성장을 민주주의 이행의 전제로 봤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야 개인의 권리를 자각하고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던 근대화이론이 퇴조한 데에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중국인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5000달러를 넘어도 사회주의 체제는 굳건했다. 이른바 ‘차이나 모델’을 보라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훈수를 두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번 먹물 투척 사건이 ‘시진핑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은 첨단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폭락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 경제 위기를 헤치고 시 주석은 계속 황제로 남을 수 있을까. 문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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