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철]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 재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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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전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이종철 전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나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 첫 일성이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이었다. 지난 17년간 4명의 대통령과 12명의 문화부 장관이 이어오며 서울 용산에 건립 계획 중인 국립민속박물관 자리에 한국문학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도 장관은 가슴속 깊이 묻어둔 정서를 사색과 심안으로 곱게 피워내며 우리의 사랑을 받아 왔던 시인이다. 시인 도종환으로 문학이 최우선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총체적 문화 정책을 펴야 할 국가의 문화수장인 ‘문화부 장관’ 도종환의 결정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 국립민속박물관은 5000년 역사의 거울이고 수도 서울의 국제적 문화 경쟁력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을 행정도시 문화인프라를 위해 분관 형태로 유치하는 것은 누가 말리겠는가. 문제는 수도권에서 뿌리째 뽑아 보내겠다는 발상이다.

도 장관은 국립민속박물관의 행정도시 이전 근거로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근 1만5000평의 부지가 필요한데 서울에는 그런 부지가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약 1500억 원의 이전 건립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미 파주에 대형 통합수장고를 세우면서 본관 건립을 위해 필요한 부지를 대폭 축소할 수 있게 됐다. 파주 통합수장고와 행정도시의 긴 이동거리는 박물관 운영과 유물 안전에서 비합리적이다.

국립박물관의 운명을 이렇게 졸속으로 좌지우지해도 되는 것인가. 대통령의 선거공약 행간에 숨어 지역 균형발전이란 미명으로 발상부터 비문화적인 문화정책을 한 시인 장관의 문학 독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연간 300만 명의 내외국인이 즐겨 찾는 서울 소재 국립민속박물관을 24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30만 명의 세종시에 옮겨다 놓겠다는 발상은 헌법의 국민문화권 신장, 국민행복 추구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17년 동안 용산 이전을 준비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유배는 설익은 문화정책의 표본이다.

문화부 장관은 박물관 설립의 기초상식과 원칙, 보편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넓고 깊은 사색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과 한국문학관의 갈등이 아닌 상생의 관계를 찾아내 불행한 정책으로 벌어지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침몰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이종철 전 한국전통문화대 총장
#기고#국립민속박물관#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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