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과학의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 건강 위한다던 ‘라돈 침대’가 오히려 위험
제작 과정에서 과학적 증명 거치지 않아
반드시 검증하는 제도 만들어야… 과학은 1%만 맞지 않아도 과학 아냐
‘라돈 침대’ 논란으로 유사 과학 마케팅도 함께 논란이 됐다. 유사 과학은 얼핏 과학과 비슷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사실은 ‘거짓 과학’ 혹은 ‘사이비 과학’이라는 뜻이다. 라돈 침대의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사 과학의 부작용이 꽤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라돈은 왜 침대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아마 음이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다양한 의료 보조기구 등을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게르마늄 팔찌를 하면 음이온이 방출되어 신진대사를 돕고, 건강이 좋아진다”는 식이다.
침대 회사는 역시 이런 음이온이 침대에서 나와 소비자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나자이트(Monazite)라는 자연 광물질을 침대 매트리스에 첨가했다. 그런데 모나자이트에는 토륨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었다. 여기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생성되었고, 소비자들도 여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건강해지고 싶어 첨가한 것이 건강에 가장 위험한 것이 될 줄은 아마 침대 회사도 몰랐을 것이다.
게르마늄 팔찌나 음이온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 중에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 좀 더 가뿐해졌고, 피곤함도 덜한 것 같고, 소화도 잘되는 것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이온이 실제로 건강에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먼저 ‘음이온 방출’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또 이렇게 방출되는 물질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원리는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또 건강상태가 똑같은 피실험자들을 통해 통계적인 방법으로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그 누구도 거치지 않고 있다. 판매자는 꼼꼼하게 점검하여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실험을 하고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긴 시간과 많은 돈이 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이 같은 내용을 까탈스럽게 파고들지 않고 쉽게 믿어버린다. ‘사이비 과학’이 마케팅 수단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소비자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으로 의심하거나 질문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회사가 자신들의 규모와 권위자를 내세워 강조하면 소비자들은 그 내용을 믿고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판매자들은 어떻게 하면 음이온을 마케팅에 이용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을 것이다.
‘라돈 침대’ 논란은 한편으로는 이 같은 ‘거짓말’을 못 하도록 막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정 물질이나 기술이 건강 등에 좋다고 홍보할 때는 반드시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검증을 회사에서 시행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근거 자료 없이 ‘건강에 좋다’는 문구를 넣거나 이를 강조해 홍보하는 경우에는 현재보다 더 강하게 처벌해야 제2의 방사선 노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의약품이 통과해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꼼꼼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의료기기나 상품에도 적용하거나, 건강상 문제가 생겼을 때 징벌적 배상 제도 같은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소비자들도 ‘건강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시도하거나 받아들이지 말고 우선 의심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를 많이 마시면 삼겹살로 식도와 폐를 씻어내야 한다”거나 “집 안에 공기 정화 식물을 놓으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말들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근거 없는 마케팅에 속을 경우 이번처럼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력은 낮은 수준이 결코 아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상대성이론을 어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과학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런 관심과 지식을 ‘사이비 과학 마케팅’을 걸러내는 데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과학은 99%가 맞더라도 1%가 맞지 않으면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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