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형준]투자 이끌어내는 묘약, 기업인에게 주는 ‘신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03시 00분


박형준 산업1부 차장
박형준 산업1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달 9일 인도 방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대기업과 비공식적으로 만나거나 총수와 독대하길 꺼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경제는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기업에 관심을 갖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 고용은 덤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국내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잘못이 있다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대기업이란 이유로 적폐로 몰리는 느낌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편의점주들이 항의했는데,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본점을 조사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은 미국과 일본의 기업 환경을 부러워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했던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만큼 경제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이며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해외에선 세일즈맨으로 변신한다.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쉽게 요격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올해 들어선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 태양광 제품 등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며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은 다른 세계엔 재앙이지만 미국 기업에는 축복이다.

일본도 주가가 오르고,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이어지면서 호경기를 맞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시로 기업인들과 만나며 애로사항을 듣는다. 도쿄특파원으로 지냈던 2015년 봄 일본의 한 중견기업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아베 총리와 저녁을 먹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저녁을 한 번 먹었고, 나와 두 번째 저녁을 먹었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불러도 손색없다.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빠뜨리지 않는 문구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쉬운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꼭 일본에 투자해 주세요.”

도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상복합건물 ‘도라노몬힐스’(247m)는 독특하게 도로 위에 지어졌다.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도시재생특별촉진지구로 지정해 불가능한 사업을 허가해줬다. 주변에서 이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 용적률도 1150%까지 늘려줬다. 2014년 6월 준공식에 참석했던 아베 총리는 “규제를 대폭 풀 테니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도쿄 부동산을 개발해 달라”고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기업이 원하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다. 기업은 임금 상승, 고용 확대 등으로 화답하며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일본 대기업 단체 경단련(한국의 전경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전 회장은 2014년 1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밖에 없다.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하반기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들에게 ‘신뢰’까지 심어주길 고대한다.

박형준 산업1부 차장 lovesong@donga.com
#광화문에서#대기업#해외 세일즈#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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